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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소식통

중국, 대서양 적도기니에 해군기지 건설 시도

by 제이에스미디어 2021. 12. 7.

중국이 미국 동부 해안에서 대서양 건너편에 있는 아프리카 적도기니에 군사기지 건설을 시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인구 140만명의 작은 나라인 적도기니에 대한 미·중의 구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WSJ에 따르면 중국이 서아프리카 대서양 연안에 자리잡은 적도기니에서 군사기지 건설을 추진하는 장소는 바타라는 곳이다. 바타는 가봉과 카메룬 사이에 있는 적도기니 본토에서 가장 큰 도시다. 중국은 이미 기니만의 주요 항만도시인 바타에 큰 배들이 드나들수 있는 상업용 심수항을 건설했다. 바타와 가봉 등 중앙아프리카 내륙으로 연결해주는 고속도로도 건설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집중적으로 펼쳐온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군사전략으로 확장된 사례로 볼 수 있다. 중국은 적도기니 경찰 훈련 및 무장도 지원하고 있다.

미 정보 당국이 적도기니에서 군사기지를 건설하려는 중국의 의도를 보여주는 징후들을 처음 포착한 시기는 2019년이다. 지난 10월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보좌관 등 고위 당국자들이 아프리카 방문시 적도기니를 찾은 목적 가운데 하나도 중국의 시도를 차단하데 있었다. 한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중국의) 행위를 포함한 특정한 잠재적 조치들이 미국의 국가안보 우려를 불러일으키리라는 점을 적도기니에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미·중 경쟁의 최전선에 끼어드는 것은 근시안적인 일이라는 메시지를 적도기니 측에 전달하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스페인 식민지였다가 1968년 독립한 적도기니는 국토 면적이 한반도의 8분의 1에 불과한 아프리카에서 가장 작은 나라에 속한다. 적도기니는 1996년 영해에서 대규모 천연가스 및 유전이 발견되면서 경제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테오도로 오비앙 은게마 음바소고 대통령이 1979년부터 40년 넘게 장기 집권하고 있으며 후계자로 평가되는 그의 아들 테오도로 은게마 오비앙 망게 부통령 등 오비앙 일가가 주요 권력과 경제적 이권을 독점하고 있다.

중국이 대서양 지역에 상설 군사 기지 확보를 추진할 것이란 관측은 이미 공개적을 제기돼 왔다. 스티븐 타운샌드 미 아프리카 사령관은 지난 4월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아프리카 대서양 연안에 유용한 해군 시설”이 들어서는 것이 “중국으로부터의 가장 중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타운샌드 사령관은 “군사적으로 유용한 시설이란 군수물자를 재무장하고 해군 선박을 수리하는 항구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 동부 해안을 마주 보는 곳에 중국 군함이 수시로 드나드는 상설 기지가 들어선다면 미국으로선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2017년 이미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지역에 있는 동아프리카 지부티에 아프리카 대륙 최초의 해외 상설 군사기지를 세웠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배들이 지나는 지역인 지부티에 건설된 중국의 군사기지는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등이 기항 가능한 규모로 평가된다.

적도기니는 미·중 양측의 구애를 받는 상황을 활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은 지난 3월 바타 인근 육군 기지에서 대규모 군수품 폭발 사고로 100여명이 사망하자 원조를 제공했으며, 올 여름 기니만에서 미 해군 주도로 열린 훈련에 적도기니군을 참가시켰다. 지난 8월에는 바타항에 정박한 미 해군 함정에 적도기니 군 관계자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아들로 권력을 이용해 이권을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오비앙 망게 부통령은 지난 10월 파이너 NSC 부보좌관과 만난 뒤 백악관이 자신을 양국 관계를 위한 최고 교섭 상대로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오비앙 대통령은 며칠 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했다. 중국 정부는 성명에서 “적도기니는 언제나 중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동반자로 간주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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